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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모델 #1

by 구루우룽 2022.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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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 없는 혁명은 진정한 혁명이 아닙니다. 혁명은 기존의 가치를 완전히 뒤집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혁명의 끝에는 새로운 질서가 탄생합니다.

자동차 디자인에도 수많은 혁명은 있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두 남자의 손에서 탄생한 혁명은 오늘날 전세계 모든 자동차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자동차 디자인 역사 상 가장 강력한 혁명의 주인공, BMW 7시리즈(E65)를 소개합니다.

 

각진 라인, 깔끔한 면처리, 길고 늘씬한 차체... 벤츠 S클래스(W140)부터 현대 그랜저까지 시대를 풍미한 최고급 세단의 공통 분모입니다. 브랜드, 성능, 품질은 다를 지라도 디자인 만큼은 마치 정답이라도 있는 것처럼 비슷한 모습입니다.

 

 

최고급 고성능 세단의 정석 7시리즈

BMW도 예외는 아닙니다. 1977년 1세대부터 1994년 3세대까지 BMW 플래그십 모델 7시리즈는 전통스러운 스타일과 최고의 성능을 추구하며 기술적 혁신에 힘을 쏟았습니다.

 
 

결국 BMW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리고 회장의 염원과 같이 아래와 같이 거듭날 수 있습니다.

 

BMW는 드라이빙의 완전한 즐거움
(Sheer Drinving Pleasure)을
아는 이들을 위한 빠르고 민감한 차이다

- 에버하드 폰 퀸하임 前 BMW 회장 -

 

 

BMW 플래그쉽 모델 7시리즈 역시 고급스러운 디자인, 강력한 성능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오랜 기간 축적된 브랜드 헤리티지와 더불어 엔지니어의 손에서 탄생한 최고의 기술력 덕분입니다.

 

BMW에 등장한 이단아

그러나 1992년 등장한 어느 자동차 디자이너는 BMW의 본질적 가치에 의문을 던졌습니다.

제 아무리 잘 달리는 BMW라도
생애 80%는 멈춰 있다.
자동차는 그 자체로 아름다워야 한다.

- 크리스 뱅글 -

 

그는 20세기 자동차 디자인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발휘한 디자이너 '크리스 뱅글(Chris Bangle)'입니다. 그의 이력은 조금 독특합니다. 산업 디자인 뿐만 아니라 인문학 전공입니다.

독특한 이력 덕분인 것인지 그는 딱딱한 기술 중심 BMW에 감성적 가치를 불어 넣으며 새로운 혁명을 시도합니다.

 

'뱅글의 엉덩이'가 탄생하다

Z9 그란투리스모는 1999년 크리스 뱅글이 아드리안 반 후이동크와 만든 모델로 그 유명한 '뱅글의 엉덩이(Bangle's Butt)'의 탄생을 알리는 모델입니다.

트렁크가 툭 튀어나온 모습에 처음 조롱의 의미로 쓰이던 '뱅글의 엉덩이'는 훗날 새로운 자동차 디자인 정의를 만드는 혁명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기존 자동차 디자인에선 트렁크, 리어 펜더가 하나의 형태였습니다. 단지 트렁크 파팅 라인으로 구분될 뿐입니다. BMW 7시리즈 역시 마찬가지.

자동차 디자인에서 하나로 연결된 형태를 파괴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도 어려운 시도입니다.

 

크리스 뱅글은 트렁크, 리어 팬더를 입체적으로 구분해 형태를 분리하는 파괴적 혁신을 시도했습니다. 지금 보면 당연한 모습이지만 당시 관점에서는 상상 조차 어려운 시도였습니다.

크리스 뱅글이 자신 스스로 'Deconstructivist'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브랜드 기함의 파격적인 등장

Z9 그란투리스모를 통해서 BMW는 새로운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세상에 알리고 새로운 아이덴티티를 적용한 첫번째 모델은 7시리즈 4세대 모델이 되었습니다.

 

세계는 충격에 빠집니다. 가장 고급스럽고 가장 클래식해야 할 브랜드 기함이 세상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파격스러운 모습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항간에 의하면 BMW 오너들에게 살해 협박까지 받은 적이 있다고 하니 7시리즈(E65)가 얼마나 커다란 반향을 일으킨 것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LA타임즈는 7시리즈를 '역대 최악의 자동차 TOP 50'에 선정합니다. 뿐만 아니라 7시리즈는 수많은 미디어에서 '못생긴 자동차' 수상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자동차에서 당연히 여기는 디자인, 옵션 등 수많은 요소엔 7시리즈 DNA가 심어져 있다는 점입니다.

 

전세계 차량에 심어진 7시리즈 DNA

대표적으로 '뱅글의 엉덩이'라 조롱받던 디자인 요소입니다. 지금 전세계 세단 중에서 뱅글의 요소가 적용되지 않은 차를 찾는 것이 어려울 정도입니다. 7시리즈 라이벌 S클래스(W221) 역시 마찬가지.

7시리즈가 나오기 전까지 자동차 디자인 역시 달랐습니다. 7시리즈가 나오기 전 자동차 디자인 업계는 볼록하고 평평한 면으로 어느 각도에서나 간결한 빛을 반사하며 깔끔하고 당차 보이는 차체를 구현했습니다.

7시리즈는 볼록한 면 대신 오목한 면을 적용하고 평평한 면에는 강렬한 캐릭터 라인을 과감히 그었습니다. 요즘 나오는 차들에 캐릭터 라인은 하나쯤 그려져 있는 이유입니다.

 

기어노브 자리에 위치한 아이드라이브(i-Drive) 컨트롤러, 버튼식 주차 브레이크 등 7시리즈에 적용된 기능들 역시 당시엔 무척 낯설은 모습이지만 지금은 당연히 여기는 기능입니다.

마치며

뱅글의 판단은 결국 옳았습니다. 뱅글의 혁명은 조롱과 비난을 거치며 결국 세계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자동차에 기능적 가치를 넘어서 감성적 가치를 부여한 순간입니다.

자동차 디자인 패러다임을 바꾼 7시리즈(E65), 그리고 이를 만든 크리스 뱅글의 시도는 오늘날까지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2001년 7시리즈(E65) 출시 후 수많은 비난을 받을 때 그가 남겼던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칩니다.

 

우리는 예상 가능한 것을 하지 않으며
과거를 모방하지 않는다.

- 크리스 뱅글 -

 

 

출처 - 소프트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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